1. 인테리어 계획 세우기

엔도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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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수한 집은 `92.12월 준공되어 약 34년이 된, 소위 말하는 구축 아파트(썩파트)이다.
그래도 내 첫 집인 만큼 예쁘게 화장을 시켜줄 준비를 하도록 한다.

  1.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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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에서 받은 도면.. 2Bay 식의 전형적인 구축 아파트 구조이다.

사람도 골격이 못나면 아무리 멋진 옷으로 치장해도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아파트도 레이아웃이 못생기면 할 수 있는 공사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최근 유행하는 인테리어 구조(대면형 구조, 아일랜드 등)은 과감히 포기하고, 최대한 내실을 다지는 인테리어를 하자고 마음먹었다.

2. 공사방식

인테리어를 계획한다면 턴키(Turn-Key), 반셀프 인테리어, 셀프 인테리어 중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중 나는 한정된 예산, 그리고 반골기질(보고 겪지 않은 것은 잘 믿지 않는..)에 따라 턴키 방식은 제외하였고, 실제 시공 경험이 없는 관계로 반셀프 인테리어로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본디 반셀프 인테리어는 내가 토탈 인테리어 업체와 같은 턴키업체의 역할을 직접 함으로써, 해당 업체에서 마진으로 챙기는 부분(각 공정 시공업체 섭외 및 일정 조율, 공사 감리, 기타 잡비)을 세이브하는 것이다.

다만, 건설시공 특성상 단기간에 하자를 잡아내기도 어려울 뿐더러, 이미 하자가 발생된 이후에는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점(특히 기초시공의 경우 더더욱..)에서, 각 공정 시공업자와 나(클라이언트)는 신뢰가 쌓이지 않은 단발적 관계인데 과연 내가 원하는 퀄리티가 나올 수 있을 지 걱정이 되었다.

물론, 진정한 프로라면 맡은 계약 건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 해야 하고 고객도 이를 믿어야 한다. 다만, 그간 여기저기에서 수집한 내용들에 미루어 볼 때, 업체 단위에서 도급을 주는 것이 더욱 신뢰성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따라서, 최근 반셀프 수요에 맞추어 증가하고 있는 ‘반셀프 인테리어 감리대행(셀인대행)’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셀인대행은 본디 고객이 결정한 시공일정과 시공업자를 바탕으로 공사감리를 해 주는 서비스이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거나 혹은 턴키와 같은 원스톱 서비스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경우에 따라 시공일정 수립과 시공업자 선정을 도와주기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대전도 개인 혹은 업체가 운영하는 여러 셀인대행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배실장’이라는 개인 셀인대행업자와 진행하게 되었다.

‘배실장’은 셀인대행 카페에서 상당히 유명한 셀인대행 업자인데, 운이 좋게도 시공 스케쥴을 잡을 수 있었다.
상담은 깔끔했고 견적 또한 가용 예산 범주 안에 들어와 바로 계약하여 진행하였으며, 시공업자 선정과 시공일정 수립은 일임하였다.

3. 예산수립

사실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누구라도 좋은 집, 깨끗한 집에 살고 싶을 것이다.
다만, 적정 예산을 정해두지 않는다면 소위 말하는 ‘보태보태병’에 걸릴 수 있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모닝 중고차를 사러 왔다가 롤스로이스를 산다고 한다.
인테리어도 비슷하다. 인테리어는 매 공정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문제는 이미 부동산을 매수한 상태에서 부동산 금액 대비 각각의 선택에 따르는 추가금액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 : 싱크대 상판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시면 20만원 정도 추가되세요.
본인 : (6억짜리 집인데, 20만원 쯤이야..) 옙, 그렇게 해 주세요.

이런 식의 선택이 수차례 반복되고 나면 돌아오는 것은 몇백만원의 추가 청구서이다.
때문에, 사전에 정확한 예산수립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인테리어 비용은 부동산 가액의 10%가 MAX라고 생각한다.

인테리어는 지극히 개인의 취향 영역이다. 이전 집주인이 예쁘게 해 놨어도 내 눈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내가 한 인테리어도 향후 시장가격에 100% 반영되지는 않는다. (물론, 난방공사, 확장, 샷시, 시스템에어콘 시공과 같이 집의 가치 자체를 올리는 데 일조하는 경우는 다르다.)

때문에, 10%를 초과한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평수를 늘리거나, 좀 더 입지가 좋거나 신축 물건을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의 경우에는 인테리어 비용을 MAX 5,000만원까지 보고 있었는데, 와이프는 조금 생각이 달랐다.
당시의 상황을 셀인대행 카페에도 올렸었는데 질문글은 다음과 같았다.

□ 기본사항

  • 2살배기 아기 있음
  • 지역난방
  • 28평 구축(93년 준공) : 방3, 화1 (2Bay)
  • 완전 기본상태(알루미늄 샷시, PPC난방배관, UBR세면대, 장판 등)
  • 문틀, 싱크대, 신발장 등은 모두 삭아서 리폼이 불가할 정도
  • 위, 아랫집은 비확장 상태
  • 약 10년 뒤 넓은 평수로 이사 희망
  • 재직중인 회사 특성상 향후 10년 중 3~4년 정도는 임대(월세)로 돌려야함

□ 부부의 공통된 입장

  • 향후 자금을 모아서 넓은 평수로 이사 희망하고 있고, 이번 아파트도 일정부분 월세로 운용 예정이라 너무 많은 투자는 하고 싶지 않음.
  • 요새 유행하는 디자인적인 요소(무몰딩, 다운라이트, 대면형 주방 등)는 다소 포기할 수 있음(둘 다 지금까지 구축2Bay 세입자용 인테리어된 집에서 생활해옴)

□ 신부의 의견

  • 지금 집은 다음 단계를 위해 잠시 거쳐가는 집이라고 생각하기에, 확장 및 난방공사는 불필요하다는 의견
  • 세입자용으로 세팅하는 것을 희망하기에, 면조명, 합지, 장판 시공을 희망하며, 싱크대, 신발장 등 맞춤가구 역시 저렴이로 찾아보자는 의견
  • 샷시 역시 시판 제품들은 기본적인 성능이 보장되기에 3군 급으로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함
  • 예산은 약 2~3천만원 희망

□ 신랑의 의견

  • 세입자용 인테리어도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예산이 있으니, 좀 더 보태보자는 의견
  • 사는 동안에는 스트레스 없이 쾌적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확장/단열/난방공사는 필요하며, 샷시, 화장실 역시 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함. (난방배관 누수 이슈도 있기에)
  • 다만, 목공작업, 벽지, 바닥, 사제가구 등은 앞서 언급한 설비공사와 비교하면 간단하게 시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여 지금 당장은 가볍게 해도 된다는 입장
  • 예산은 최대 5천만원까지 생각

결과적으로 내(신랑) 의견대로 진행하게 되었고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으나, 가치 대비 효용을 따졌을 때는 와이프의 의견대로 진행하는 것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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